노령기에 접어든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는 단순히 사료의 양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영양소의 질과 구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특히, 신장 질환, 근육 감소, 심장 질환, 면역 저하와 같은 노령기 질환이 빈번해지는 시기에는, 식단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수의영양학에서는 ‘고단백·저인·저인산 식이’가 노령견·노령묘의 주요 식이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왜 이 세 가지 조건이 중요하며, 보호자가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단백 식이: 노령 동물의 근감소증과 면역 저하를 막는 기본 전략

노령기에 접어들면 반려동물의 기초 대사량과 흡수율, 소화력이 모두 저하되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근육 손실입니다.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하며,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마름을 넘어서 활동성 저하, 관절 부담 증가, 낙상 위험, 기초 체력 감소로 이어집니다.

단백질은 근육뿐 아니라, 효소, 호르몬, 항체, 세포막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서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노령견과 노령묘는 단백질을 예전만큼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 질병 예방에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면역력 저하로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며, 상처 회복 속도가 느려져 피부질환이나 치주질환이 만성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만성 구내염이나 피부병 같은 염증성 질환이 노령기에 자주 발생하는데, 면역계 유지에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의할 점은, 신장 질환이 동반된 노령동물에게는 과도한 단백질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고품질 단백질을 제한된 양으로 공급하는 처방식이 필요하며, 자가 판단보다는 수의사 상담 후 조절된 단백질 급여가 이상적입니다.

저인 식이: ‘침묵의 장기’ 신장을 위한 예방 중심 관리

신장은 혈중 노폐물과 전해질을 걸러내는 중요한 장기입니다. 하지만 노령기에 접어들면서 사구체 여과율(GFR)이 떨어지고, 신장 기능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체내 인의 조절 능력도 함께 떨어지며, 혈중 인 농도가 높아지는 고인혈증이 발생합니다.

고인혈증은 단지 수치의 문제를 넘어, 칼슘-인 불균형으로 인한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혈관 석회화, 신장 조직 손상으로 이어지며 신부전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저인 식이는 단순한 영양 조절을 넘어 질병의 속도를 조절하는 치료적 접근이 됩니다. 특히, 고양이는 신장병 발생률이 매우 높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질환이기 때문에,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나이가 들면 인 함량이 낮은 식이로 전환하는 예방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료 선택을 넘어, 반려동물의 노화에 따른 생리 변화까지 고려한 조절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인산 식이: 단순한 ‘첨가제’ 조절이 아닌, 질병 예후를 결정하는 요소

인산염은 가공 사료에 맛, 보존력, 기호성을 높이기 위한 첨가제로 흔히 쓰입니다. 하지만 이 무기 인산염은 자연식품의 유기 인보다 체내 흡수율이 80~100%로 매우 높아, 소화기계 통과 후 대부분이 신장을 거쳐 배설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노령동물의 신장 기능이 약해질수록, 이 인산염의 배설이 어려워지고 조직 내에 축적되며, 이는 결국 혈관 석회화, 신장 섬유화, 심혈관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기 인산염의 과잉은 호르몬 불균형, 빈혈, 구토, 식욕부진 등 전신 증상으로도 이어지며, 심부전이나 고혈압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노령 동물에게는 단순히 인 함량이 낮은 사료를 고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기 인산염 첨가 여부 자체를 식단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Phosphate binder(인산염 결합제)’를 함께 처방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이미 고인혈증이 확인된 상태에서의 보조 치료로 사용되므로, 사전 예방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식이 조절이 핵심입니다.

실천 팁 – 노령 반려동물을 위한 식이 선택 요령

1. 성분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사료나 간식의 포장지 뒷면에 있는 성분표를 꼭 확인해 주세요. 특히 ‘인산염’ 또는 ‘○○인산’처럼 표기된 성분이 있다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첨가된 인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단백질 원료는 ‘닭고기’, ‘연어’처럼 구체적으로 적힌 제품이 좋습니다. 반면 ‘육류 부산물’처럼 뭉뚱그려진 표현은 소화율이 낮고 질이 떨어질 수 있어 노령동물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고단백·저인’ 사료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

시중에 ‘노령견용’ 또는 ‘신장 건강용’으로 판매되는 사료라고 하더라도, 실제 성분이 고단백·저인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함량을 보려면 건조물 기준에서 단백질과 인의 비율을 비교해야 하며, 수의사나 수의영양사가 권장하는 단백질:인 비율(약 30:1 이하)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 단독 판단이 어려울 경우, 영양 상담이 가능한 동물병원을 통한 식단 상담을 추천드립니다.

3.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기준으로 식단을 조정하세요

정기 검진을 통해 확인한 BUN, 크레아티닌, 인, 칼슘, SDMA 수치는 단백질과 인 섭취량 조절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BUN이 정상이나 SDMA가 상승했다면 단백질은 유지하되 인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절해야 하며, 신장 수치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엔 저단백·고가용성 단백질 공급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모든 영양 전략은 반드시 검사 수치와 임상 증상을 함께 고려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4. 간식, 트릿도 사료만큼 중요합니다

간식은 적은 양이지만 무기 인산염, 염분, 감미료가 집중된 형태로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단 전체 인 섭취량의 과잉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인·무첨가 간식’이나, 직접 조리한 고기류 간식(무염 닭가슴살, 백색살 생선) 등을 활용해 간식도 식이 전략의 일부로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영양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고단백 간식만 급여하면 단백질-인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간식 역시 전체 식단의 맥락 속에서 조절되어야 합니다.

노령동물 식이 관리, 처방 및 상담은 BK심장동물병원

젊고 건강할 때는 간식을 먹어도 큰 탈이 없던 반려동물도, 노령기에 접어들면 매끼 식사가 곧 약이자 치료가 됩니다. 단백질, 인, 인산염과 같은 성분 하나하나가 노령기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건강관리 방법입니다. 사료 하나, 간식 하나도 이제는 질병 예방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고단백·저인·저인산 식이를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노년을 더 건강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서울 왕십리 소재 BK심장동물병원은 강아지, 고양이 심장병을 포함한 강아지 질병을 심도 있게 진료하는 특화병원입니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술이 가능한 처치실과 진료실, 편안하고 청결한 보호자 대기실이 갖춰져 있으며 심장학 박사 출신 의료진이 강아지,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 편안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합니다. 서울, 경기도권역 보호자들이 방문하기 좋은 병원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검진 및 치료가 필요할 때 BK심장동물병원으로 채팅이나 전화 주시면 친절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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